고유전체로 밝힌 삼국시대 지역 사회에서의 친족 네트워크와 족내혼

생명과학부 정충원 교수 연구팀

- 고대 한국 사회에서의 친족과 족내혼 -

[연구필요성]

고유전체 기반의 고대 사회에 대한 친족 연구는 유럽의 공동묘지들을 기반으로 이뤄져 왔으며, 신석기에서 중세시대의 엄격한 여성 족외혼의 패턴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남성 족외혼 및 족내혼의 사례들이 유럽 외 사례들에서도 보고되고는 있으나 동아시아 고대사회의 친족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

삼국시대 신라는 근친혼의 역사적 기록 및 순장이 행해진 고총군들이 다수 존재하여 고대 한국 사회의 친족 풍습을 이해하는데 적합하나 현재까지 해당 연구들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경산시 임당동-조영동 고총군의 44개 무덤의 무덤 주인들과 순장자 78명의 고유전체를 분석하여 고대 한국 지역사회의 친족 네트워크를 복원하였다.

[연구성과/기대효과]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정충원 교수 연구팀, 영남대학교 박물관 김대욱 학예연구원,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우은진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 고고유전학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되었다. 공동연구팀은 임당동 조영동 고총군 내 친족 관계를 가계도와 네트워크의 형태로 정리하였으며, 매장 신분에 무관한 근친혼의 사례들, 매장 신분 내 가까운 친족 관계, 부모-자손 및 형제들의 한 무덤 내 집단 순장, 유럽 고대 사회와 대조되는 성별에 따른 족외혼의 부재를 발견하였다.

본 연구는 학제 간의 협력을 통해 한국 고대 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한민족과 동아시아 민족들의 유전적 기원과 친족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이끌었다.

[본문]

고유전체 연구의 발전에 힘입어 다수의 고대인들이 매장되어 있는 집단묘 및 공동묘지를 바탕으로 친족 관계를 발굴하여 고대 사회의 이동성, 결혼 및 매장 풍습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연구들은 고유전체학 연구가 활발하게 시작된 유럽의 신석기시대 및 중세시대 매장묘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공통적으로 남성을 통해 친족이 이어지고 여성은 자신의 자손을 제외한 인물들과의 친족이 없는 부계 중심 여성 족외혼의 패턴이 관찰 가능했으며, 친족 내 결혼을 하는 족내혼 및 근친혼의 사례들은 예외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아메리카의 모계 중심 남성 족외혼, 신석기 튀르키에와 중국에서의 족내혼의 사례들이 유전적으로 밝혀지면서 다양한 친족 패턴의 양상을 찾기 위해 유럽 외 지역들에서의 고유전체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친족 패턴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삼국시대 신라의 경우 〈삼국사기〉와 같은 역사서를 통한 왕실 내 근친혼의 사례, 그리고 순장과 같은 풍습을 지니는 대형 고총군들의 존재 때문에 친족 연구를 수행하기에 흥미로운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고유전체 기반의 대규모 유전체 연구가 한국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신라 지역 사회에서의 친족 패턴의 양상을 확인하고자 3세기 신라에 복속된 원삼국시대 소국 압독국 후손들의 집단 무덤인 임당동 조영동 고총군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임당동 조영동 고총군은 복수의 사람들이 무덤 주인과 한꺼번에 묻히는 한국의 대표적 순장묘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정충원 교수 연구팀은 영남대학교 박물관의 김대욱 학예연구원,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우은진 교수, 그리고 독일 막스플랑크 고고유전학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44개 묘에서 발굴된 78명에 해당하는 유골로부터 얻은 고유전체를 바탕으로 11 쌍의 1차 친족, 23 쌍의 2차 친족, 그리고 20 쌍의 3차 이상의 친족 관계를 밝혀내어 임당동 조영동 고총군 사회의 친족 네트워크를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 결과 총 다섯 사례의 6촌 이내 근친혼 사례를 무덤 주인과 순장자들 모두에서 발견하였으며, 대표적으로 무덤 주인 가족 내 사촌 간 근친혼으로 태어난 증손녀의 조부모를 포함한 가계도를 찾을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임당동 조영동 고총군에 묻힌 고대인들의 근친혼의 풍습을 최초로 밝혀내었다.

본 연구는 또한 해당 지역의 고고학적 연구에 대한 직접 증거와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하였다. 과거 고고학적으로 배우자 관계의 묘지일 가능성이 높은 연접분의 두 무덤 주인들이 실제로 부부관계임을 밝혀 다른 연접분들 또한 부부관계의 묘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지하는 근거도 발견하였다. 또, 기존의 연구에서는 임당동, 조영동 C 지구, 조영동 E 지구와 같은 구분되는 권역들이 무덤 주인 간 분절된 친족 관계를 지닐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권역 간 친족 관계가 밀접한 사례들을 다수 발견하여 임당동 조영동 고총군의 전체적 연결성을 밝혀내었다.

순장 신분에 따른 친족 풍습들도 새로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무덤에 묻힌 순장자들의 경우 부모 자식 또는 형제 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사례들을 통해 가족의 집단 순장의 풍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무덤 주인과 함께 묻힌 순장자 간 친족의 부재, 그리고 순장자와 무덤 주인 간 2차 친족 관계의 한정적 사례를 통해 매장 신분에 따른 친족의 단절을 확인하였다.

친족 관계 분석 결과 유럽 고대 사회의 엄격한 여성 족외혼과는 다른 양상의 가족 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성인 여성들이 임당-조영동 내에서 자손이 아닌 다른 성인들과 친족 관계를 지녔으며,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의 친족 연결도 간 차이가 없어 족내혼의 친족 구조를 시사하였다.

이번 연구는 국내 대규모 고총군에 대해 실시한 최초의 전장유전체 기반 고유전체 연구로, 삼국시대 경산 임당동 조영동 고총군에 묻힌 고대 한국인들이 근친혼과 족내혼의 결혼 풍습을 지녔으며, 가족 단위의 순장을 행했음을 최초로 실증하였다. 이를 통해 유럽과 구분되는 친족 패턴의 새로운 예시를 발견하고, 삼국시대 지역 사회의 고고학적 이해에 기여하였다.

[연구결과]

Ancient genomes reveal an extensive kinship network and endogamy in a Three-Kingdoms period society in Korea


Hyoungmin Moon, Daewook Kim, Alina N. Hiss, Don-Nyeong Lee, Juhyeon Lee, Eirini Skourtanioti, Guido Alberto Gnecchi-Ruscone, Johannes Krause, Eun Jin Woo, and Choongwon Jeong

(Science Advances, https://doi.org/10.1126/sciadv.ady8614)

[용어설명]
  • 고유전체(Ancient genome) :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뻐 및 치아 등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여 얻은 유전체 정보를 지칭.
  • 전장유전체 (Whole Genome) : 한 생물의 게놈 DNA 전체를 의미함. 차세대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은 전장유전체를 시퀀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임.
  • 족외혼 : 같은 씨족, 부족, 혹은 사회 집단 내부가 아닌 외부 집단에서 배우자를 찾는 혼인 풍습.
  • 여성 족외혼 : 집단이 남성을 따라가게 되어 여성이 본인의 집단을 떠나 타 집단에서 배우자를 찾는 혼인 풍습. 반대 개념으로 남성이 집단을 떠나 배우자를 찾는 남성 족외혼이 있음.
  • 족내혼 : 같은 씨족, 부족, 혹은 사회 집단 내부에서 배우자를 찾는 혼인 풍습.
  • 근친혼 : 가까운 친족간에서 배우자를 찾는 혼인 풍습.
  • n차 친족 : 생물학적 친족 관계의 정도를 의미. 차수가 높아질수록 친족 관계가 멀어짐. n차 친족관계의 두 사람은 DNA를 평균적으로 1/2n 만큼 공유. 흔히 일상생활에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위주로 따지는 촌수(寸數)와는 사뭇 다른 개념임. 1차 친족은 부모-자식 또는 친형제자매 관계, 2차 친족은 조손, 이복형제자매, 삼촌-조카, 겹사촌 사이가 가능하며, 3차 친족으로는 사촌 간 관계가 가능함.

[그림설명]

본 연구에서 밝혀낸 근친혼이 포함된 가계도 일부. 본 연구의 가계도 일부로 무덤 주인 간 유추된 가족 관계와 가족 순장이 된 경우들을 도식화한 것. 순장묘를 묘사하는 사각형과 해당 묘의 무덤 주인은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음. 사촌 간 근친혼으로 태어난 여성(* 표시)은 발굴 보고서상 신분 미상이나 무덤 주인으로 추정됨. 회색 인물들은 해당 연구에서는 발견되지 못했으나 친족 관계를 기반으로 유추가능한 인물들을 표시한 것임.

본 연구에서 밝혀낸 근친혼이 포함된 가계도 일부. 본 연구의 가계도 일부로 무덤 주인 간 유추된 가족 관계와 가족 순장이 된 경우들을 도식화한 것. 순장묘를 묘사하는 사각형과 해당 묘의 무덤 주인은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음. 사촌 간 근친혼으로 태어난 여성(* 표시)은 발굴 보고서상 신분 미상이나 무덤 주인으로 추정됨. 회색 인물들은 해당 연구에서는 발견되지 못했으나 친족 관계를 기반으로 유추가능한 인물들을 표시한 것임.

2026.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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