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해진 간이 병을 키운다… 간 섬유화로 인한 대사 교란 원리 규명

약학대학 구자현 교수 연구팀

조직 강성 증가가 간세포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유도하는 YAP-LXRα 신호 경로 규명, 간 섬유화의 새로운 치료 표적 제시

[연구필요성]

간섬유화(간경변)는 만성 간질환의 핵심 단계로,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간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간 강성(간이 딱딱한 정도)은 환자의 예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질환의 진행 정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나 간의 강성 증가로 인한 물리적 환경 변화가 조직 내 세포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성과/기대효과]

본 연구는 간의 강성 증가가 단순한 진단 지표가 아니라 간세포의 대사 기능을 직접 변화시켜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임을 최초로 규명하였다. 특히 딱딱해진 간 조직의 물리적 신호가 간세포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유도하는 분자 기전을 밝혀 간질환 악화의 새로운 원리를 제시하였다. 이번 성과는 앞으로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간 섬유화의 심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문]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구자현 교수 연구팀(제1저자 이나영 박사)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에서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단순히 질환의 진행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에 그치지 않고, 간세포의 대사 기능을 직접 교란해 병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간 섬유화로 인한 조직 강성 증가가 간세포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유도하는 분자 기전을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간의 ‘딱딱함’을 질환의 결과가 아닌 능동적 병인 요인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간 섬유화는 만성 간질환의 핵심 진행 단계로, 섬유화가 심해질수록 간 기능 저하와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임상에서는 비침습적 검사로 간 강성(간이 딱딱한 정도)을 측정해 섬유화의 중증도와 예후를 평가하는데, 그만큼 ‘간 강성’은 환자 진료에서 널리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강성이 높다는 사실이 왜 질환의 악화와 연결되는지, 즉 ‘딱딱해진 조직 환경’이 간세포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포-동물-환자를 연계한 다층적 접근을 사용했다. 세포 수준에서는 ‘딱딱함’ 자체의 영향을 분리해 확인하기 위해 강성을 정밀하게 조절한 하이드로겔 세포 배양 시스템을 적용했다. 간세포를 건강한 간에 해당하는 부드러운 기질과 섬유화 간에 해당하는 딱딱한 기질에 각각 배양했을 때, 딱딱한 기질에서 간세포가 물리적 자극을 감지해 대사 프로그램이 달라지고, 그 결과 세포 내 콜레스테롤이 더 쉽게 축적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는 간 섬유화로 형성되는 물리적 환경 변화가 단순 동반 현상이 아니라, 세포 기능 변화의 직접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전적으로 연구팀은 딱딱한 기질 환경에서 물리적 자극에 의해 YAP/TAZ 전사인자가 활성화되어 세포 핵 내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핵 내로 이동한 YAP/TAZ가 콜레스테롤 대사의 핵심 조절자인 LXRα 핵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특히 YAP/TAZ 활성 상태에서는 LXRα가 평소처럼 콜레스테롤 배출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해, 간세포의 콜레스테롤 처리 능력이 떨어지고 세포 내 축적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대사 균형이 이동하였다. 즉, 조직 강성 증가 → YAP/TAZ 활성화 → LXRα 기능 저하 → 간세포 내 콜레스테롤 축적이라는 병인 축이 제시된 것이다.

동물 모델에서의 유전자 수준 검증은 이 기전의 설득력을 더했다. 간세포에서 YAP/TAZ 기능을 조절했을 때 콜레스테롤 처리 및 섬유화 진행 양상이 달라지는 결과를 통해, 해당 경로가 단순 연관성이 아니라 병태생리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러한 경로는 간 섬유화가 심해질수록 조직이 더 딱딱해지고, 그 딱딱함이 다시 간세포 대사 이상을 강화해 질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피드포워드)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229명의 대사이상지방간질환 환자 조직에서 간 강성과 간 내 콜레스테롤 축적, 그리고 관련 유전자 발현 변화를 통합 분석하여 간이 딱딱할수록 콜레스테롤 처리(배출) 프로그램이 저하되는 패턴을 확인했다. 이어 간세포 특이적 유전자 결손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특정 기계신호 경로가 실제로 콜레스테롤 축적 및 섬유화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인과적으로 검증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간 강성’을 단순한 진단 지표가 아니라, 간세포 대사 이상과 질환 진행을 능동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요소로 확장해 해석했다는 점에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물리적 자극 신호-대사 연결 축이 향후 대사이상지방간질환 및 간 섬유화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과 항섬유화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수신진연구 및 개척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다학제 저명 국제학술지인 ‘Advanced Science’ (IF 14.1)에 2월 26일 온라인으로 우선 공개되었다.

[연구결과]

Liver Stiffness Directs Intrahepatic Cholesterol Accumulation Through YAP/TAZ in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Na Young Lee, Myeung Gi Choi, Ho Jae Ryu, Young Jin Min, Seon Min Kim, Yeonseok Chung, Bo Kyung Koo, Yun Pyo Kang, Won Kim, Ja Hyun Koo

(Advanced Science, 2026, https://advanced.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vs.202500379)

[용어설명]

- 간 강성(Liver stiffness): 간 조직이 얼마나 딱딱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증가함. 임상에서는 파이브로스캔 검사, 탄성 초음파, 자기공명 탄성조영술 등을 이용해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며, 만성 간질환 환자의 섬유화 정도와 예후를 평가하는 데 널리 활용됨.

- YAP/TAZ (Yes-associated protein / transcriptional coactivator with PDZ-binding motif): 세포가 주변 조직의 딱딱함, 장력, 압력과 같은 물리적 자극을 감지했을 때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기계신호 전달 분자로. 활성화된 YAP/TAZ는 세포 핵 안으로 이동해 세포의 증식, 생존, 대사, 섬유화 관련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 LXRα (Liver X receptor alpha): 세포 내 콜레스테롤 농도를 감지해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핵수용체 전사인자로서, 콜레스테롤 배출·수송·배설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간과 대사 조직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세포 안에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축적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핵심 분자로 알려져 있다.

[그림설명]

  간 조직 강성에 따른 간세포 콜레스테롤 축적 기전 모식도

  ▲ 간 조직 강성에 따른 간세포 콜레스테롤 축적 기전 모식도.

정상 간(낮은 조직 강성)에서는 YAP/TAZ가 비활성 상태로 핵 밖에 머물며, 핵 내 LXRα-RXRα 복합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콜레스테롤 배출 관련 유전자 발현이 유지되고 콜레스테롤이 원활히 배출된다(좌). 반면 간 섬유화로 조직 강성이 증가하면 물리적 신호가 커지면서 YAP/TAZ가 활성화되어 핵으로 이동하고, YAP이 LXRα-RXRα 결합을 방해해 콜레스테롤 배출 프로그램을 억제한다. 그 결과 간세포 내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고, 콜레스테롤 독성 및 질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우).

2026.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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