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대신‘몸의 방어 시스템’을 공략하다…광범위 항바이러스 후보물질 개발

화학부 박승범 교수 연구팀

면역 시스템 강화해 여러 바이러스 억제하는 신개념 항바이러스 전략 제시

[연구필요성]

COVID-19 팬데믹 이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대비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바이러스 표적형 치료 전략은 돌연변이 속도가 빠르고 유전적 다양성이 큰 RNA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할 경우 치료 효과가 제한되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배경에서, 바이러스 자체가 아닌 숙주의 구성 요소를 조절하는 숙주 표적형 항바이러스 전략이 기존 치료법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은 바이러스 감염 시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인자들을 격리하고,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숙주의 대표적인 방어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과립의 형성을 선택적으로 증진시키면서도 세포독성이 낮은 숙주 표적형 항바이러스 화합물을 개발하는 것은, 신종 및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승범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변완기 박사, 손수민 석‧박사 통합과정생)은 스트레스 과립의 형성을 조절하는 숙주 표적형 광범위 항바이러스 화합물을 개발하였다. 구조-활성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발굴한 저분자 화합물 SB2960은 세포독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 과립의 형성을 효과적으로 유도하였고, 항바이러스성 면역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하는 특성을 보였다. 또한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김승택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SB2960이 코로나19(SARS-CoV-2) 초기 바이러스 및 여러 변이 바이러스, SARS-CoV, SFTSV 등 다양한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광범위 항바이러스 효능을 갖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나아가 SB2960의 작용에 관여하는 표적 단백질 규명과, SB2960에 의해 형성된 스트레스 과립의 RNA 구성 분석을 통해 스트레스 과립의 기능과 조절 기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 과립의 형성을 활용한 새로운 항바이러스 치료 전략을 제시함과 동시에, 향후 신종 및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개발 가능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문]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승범 교수 연구팀은 숙주의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여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광범위 항바이러스 화합물을 개발하였다. 본 연구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김승택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수행되었으며, 본 연구 성과는 국제적 우수학술지 ‘Advanced Science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게재되었다.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이라는 구조를 형성하여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고,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스트레스 과립은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중요한 방어 기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를 안전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구조-활성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과립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면서도 세포 독성이 낮은 화합물 SB2960을 발굴하였다. SB2960은 항바이러스 면역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하면서도 과도한 면역 반응은 억제하는 특성을 보였으며, 이로 인해 세포 손상 없이 방어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SB2960에 의해 형성된 스트레스 과립은 시간이 지나면 가역적으로 해체되어, 과활성화로 인한 세포사멸을 유발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SB2960은 코로나19 (SARS-CoV-2) 초기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 모델에서 일관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 이는 특정 바이러스 단백질을 직접 억제하는 기존의 항바이러스제와 달리,숙주의 면역 시스템과 세포 방어 기전을 활성화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SB2960은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광범위 항바이러스(broad antiviral) 후보물질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SB2960은 기존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 및 니르마트렐비르(nirmatrelvir)와 병용 투여 시 항바이러스 효과가 더욱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향후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전략을 통한 치료 효과 향상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전 분석 결과, SB2960은 리보솜 조절 및 항바이러스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 RACK1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스트레스 과립 형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전사체 분석을 통해 SB2960에 의해 형성된 스트레스 과립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형성되는 것과는 다른 구성을 가지며, 항바이러스 반응에 최적화된 형태로 조절됨이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는 숙주의 면역 방어 기전을 활용하여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신종 및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는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연구결과]

Host-Directed Antiviral Activity of SB2960 Through Selective Induction and Remodeling of Stress Granules


Wan Gi Byun, Sumin Son, JinAh Lee, Minha Lee, Meehyun Ko, Songrui Zhao, Ju Hee Kim, Kannan Vaithegi, Ji Hoon Kwon, Jung Ho Lee, Sangeun Jeon, Dawon Yi, Peng Zou, Seungtaek Kim, Seung Bum Park

(Adv. Sci., 2026, e12972, https://doi.org/10.1002/advs.202512972)

감염성 질환의 발생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광범위 항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 연구팀은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의 형성을 촉진함으로써 여러 바이러스 종에 대해 강력한 항바이러스 활성을 나타내는 저분자 화합물 SB2960을 발굴하였다. SB2960은 숙주의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세포독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바이러스 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였다. 분자 접착제 기반 표적 단백질 규명 연구를 통해 SB2960이 스트레스 과립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RACK1과 상호작용함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전사체 및 단백체 분석을 통합적으로 수행한 결과, SB2960은 스트레스 과립의 구성 성분을 변화시키고 항바이러스 관련 유전자 발현을 선택적으로 조절함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SB2960이 유망한 숙주 표적형 광범위 항바이러스 후보 물질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서 스트레스 과립의 기능과 조절 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화학적 프로브(chemical probe)**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6.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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