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전체를 통해 밝힌 동아시아 소의 기원과 혼합 역사

생명과학부 정충원 교수 연구팀

[연구필요성]

소는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 농경·목축 문화권의 사회·경제·문화 전반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동아시아 소의 기원과 확산 과정은 고유전체(ancient genome) 자료의 부족으로 인해 미궁에 빠져 있었다. 특히 멸종한 동아시아 야생 소(Bos primigenius)의 계통적 위치와 현대 소에 대한 기여 여부, 서아시아 기원의 타우루스 소(Bos taurus)와 남아시아 기원의 혹소(Bos indicus)의 유입 시기 및 경로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생물학·고고학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확보한 지난 1만 년 동안의 고대 소 유전체 166개를 분석하여, 동아시아 소의 기원과 진화사를 정밀하게 복원하였다.

[연구성과/기대효과]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정충원 교수 연구팀과 길림대학교 Dawei Cai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공동연구팀은 동아시아 초기 가축 소가 서유라시아 타우루스 소에서 기원했으며, 동아시아로 이주한 이후 토착 야생 소와의 혼합(admixture)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규명하였다. 또한 그 후 신장 지역 소 계통과 남중국 혹소 계통이 단계적으로 유입·혼합되면서, 현대 동아시아 가축 소의 유전적 기반이 형성되었음을 밝혔다. 본 연구는 유라시아 초원과 중앙아시아가 소 확산의 핵심 통로였음을 강조하며, 향후 고유전체를 이용한 동아시아 가축 진화사 연구의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본문]

동아시아는 인류가 가장 일찍 농경과 목축을 시작한 지역 중 하나로, 소는 수천 년 동안 식량 생산, 운송, 제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가축 소의 기원에서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에 소가 어떻게 유입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오랫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럽·서아시아·아프리카에서는 고대 유전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여러 차례의 이동과 광범위한 혼합이 소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이미 규명되었지만, 동아시아는 고유전체 자료가 거의 없어 이러한 과정을 정밀하게 재구성하기 어려웠다.

서아시아에서 약 1만 년 전 가축화된 타우루스 소는 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확산되면서 토착 야생 소와 유전적으로 혼합되었고, 남아시아에서는 약 8,000년 전 혹소가 가축화된 뒤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로 이동하며 타우루스 소와 다시 한번 대규모 혼합을 겪었다. 이처럼 서유라시아의 소 가축화 과정은 비교적 잘 정립되어 있는 반면, 동아시아는 멸종한 지역 야생 소를 포함해 혹소·야크·가얄 등 다양한 소 계통이 공존했던 만큼 훨씬 복잡한 역사를 가졌음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정충원 교수 연구팀과 길림대학교 Dawei Cai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연구팀은 중국 전역에서 발굴된 10,000~200년 전 동물유존체 시료에서 총 166개의 고대 소 유전체를 생산하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난 5,000년 동안 황하 유역(중원 지역 포함)과 신장 지역의 고대 소 유전체를 시간축에 맞추어 정교하게 배열하고, 멸종한 동아시아 야생 소의 고유전체까지 포함한 동아시아 가축 소 진화 연구의 핵심 자료를 구축했다.

연구 결과, 홀로세 시기 동아시아 야생 소는 마지막 빙하기 이전 북아시아 야생 소 계통에서 갈라져 나온 뒤 서아시아 야생 소 계통이 약 15% 비율로 혼합되어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후기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 황하 유역에서 등장한 초기 동아시아 가축 소는 서유라시아에서 유입된 타우루스 소에 지역 야생 소가 약 10% 비율로 혼합하여 형성된 매우 균질한 집단이었다. 이 집단은 형성 이후 강한 병목현상을 겪어 독특한 유전적 특징을 지녔으며, 야생 소 유래 유전자의 비율이 상염색체에 비해 X염색체에서 매우 낮게 나타나는 점은 수소 위주의 야생 소 기여 및 자연/인위선택의 작용을 시사한다.

반면 신장 지역의 초기 가축 소는 황하 유역 소와 뚜렷하게 기원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시아 혹소와의 혼합 흔적이 확인되면서, 초기 동아시아 소가 단일 경로가 아닌 여러 경로를 통해 도입되었음이 드러났다. 신장 계통 소는 이후 후기 청동기 및 철기 시대에 북중국으로 확산하여 이후 시기 동아시아 가축 소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수·당 시기 이후에는 남중국 혹소 계통이 북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고, 이후 현대 유럽 타우루스 소의 도입까지 더해지며 오늘날 동아시아 소의 복잡한 유전적 다양성이 완성되었다.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 소가 단일한 가축화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서유라시아–중앙아시아–동아시아를 잇는 넓은 네트워크 속에서 여러 차례의 이동과 혼합을 거쳐 형성된 다층적 진화사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서유라시아 기원 타우루스 소와 동아시아 야생 소의 초기 혼합, 이어서 신장 계통과 남중국 혹소 계통의 연속적 유입은 동아시아 소가 고립의 결과가 아니라 유라시아 여러 지역과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용어설명]

◼ 고유전체(Ancient genome)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뼈·치아 등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해 얻은 유전체 정보. 고대 인류·동물의 계통 및 이동·혼합 과정을 밝히는 데 활용됨.

◼ 야생 소(Bos primigenius; Aurochs)

현대 가축 소의 직접 조상으로 알려진 멸종한 야생 소. 수컷은 어깨 높이가 약 1.8m에 달할 만큼 크고 강인했으며, 홀로세 시기 유라시아에서 가장 큰 초식동물 중 하나였다.

◼ 타우루스 소(Bos taurus; Taurine cattle)

서아시아(근동)에서 약 1만 년 전에 최초로 가축화된 소. 이후 유럽·아프리카·동아시아로 확산되어 현재 온대 기후에서 널리 사육되는 소.

◼ 혹소(Bos indicus; Indicine cattle)

약 8,000년 전 남아시아에서 가축화된 소로, 어깨에 특징적인 혹이 있음. 고온·습도가 높은 아열대·열대 지역에 특히 잘 적응해 널리 사육됨.

◼ 혼합(Admixture)

서로 다른 집단이 교배하여 유전자가 혼합되는 현상.

[연구결과]

Ancient genomes illuminate the origins and dynamic history of East Asian cattle


Dawei Cai, Donghee Kim, Naifan Zhang, Xingcheng Wang, Tianshu Li, Jian Li, Chang Li, Shengnan Lian, Xinyue Shao, Songmei Hu, Miaomiao Yang, Jie Zhang, Yongqiang Wang, Qiurong Ruan, Idilisi Abuduresule, Linheng Mo, Wenyan Li, Xiaoning Guo, Wenying Li, Jing Shao, Zhouyong Sun, Yaqi Tian, Hui Wang, Ruilin Mao, Cunshi Zhu, Xiaoyang Wang, Xiaoyan Ren, Weilin Wang, Yan Ding9 Pengcheng Zhang, Liping Yang, Jianen Cao, Yu Dang, Da Ha, Wei Zhang, Linshan He, Chunxue Wang, Lixin Wang, Quanchao Zhang, Jing Yuan, Xiaohong Wu, Chao Ning, Choongwon Jeong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u9904)

[그림설명]

동아시아 소의 기원과 혼합 역사

동아시아 소의 기원과 혼합 역사. 네 개의 그림 패널은 후기 신석기부터 현대까지 동아시아 소의 주요 유전적 변화를 보여준다. 후기 신석기에는 서유라시아에서 들어온 타우루스 소가 토착 야생 소와 섞였으며, 이후 집단이 급격히 줄어드는 병목현상을 겪었다. 중·후기 청동기와 철기 시대에는 신장 지역 소 계통이 북중국으로 확산되었다. 수·당 시기 이후에는 남중국의 혹소 계통이 북중국으로 퍼졌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유럽 타우루스 소 계통이 북중국과 신장 지역에 도입되었다.

2025.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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