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처럼 섞을 수 있는 필라멘트 프린팅 기술 개발
- 데스크탑 3D 프린터로도 다양한 색상·물성 만들 수 있는 혼합 필라멘트 개발-
[연구필요성]
3D 프린팅은 다양한 소재를 동시에 사용하여 디지털 설계를 3차원적으로 조형할 수 있어 단순한 시제품 제작부터 최종 상품을 바로 제작하는 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중 FDM 방식은 저렴한 비용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한두 가지 소재만 사용할 수 있어 단순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본 연구팀은 여러 가지 재료가 혼합된 필라멘트를 FDM 프린터로 3D 프린팅함으로써, 기존의 FDM 프린터에 쉽게 적용하여 다종 소재 프린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본문]
□ 배경
3D 프린팅은 디지털 설계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 디지털 제조 수요 확대에 따라 전세계 3D 프린팅 시장은 연평균 약 27.5%씩 성장하여 2022년 17.7억 달러에서 2026년 46.8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3D 프린팅 기술이 점차 다양한 소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하면서, 단순한 프로토타이핑에 그치지 않고 최종 상품을 바로 3D 프린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다양한 3D 프린팅 방식 중에서도 FDM(용융적층조형, 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은 저렴한 비용 덕분에 가장 널리 보급되어 전 세계 3D 프린터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FDM 방식 프린터는 가느다란 실 형태의 필라멘트를 노즐을 통해 용융 사출하여 3차원 형상을 만들어 낸다. 이때 각각의 노즐은 단일소재로 된 필라멘트 하나만 사용할 수 있으며, FDM 프린터는 기술적 문제로 통상 1~2개의 노즐을 탑재한다. 따라서 FDM 방식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1~2개에 불과하며, 이는 FDM 방식의 산업적 활용도를 낮추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 결과 및 독창성
본 연구팀은 기존의 FDM 프린터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재료가 혼합된 필라멘트를 3D 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다양한 원재료를 사전에 정해진 재료 구성과 배치에 맞게 혼합할 수 있도록 필라멘트를 디지털 설계함으로써 하나의 필라멘트로도 수십 가지의 물성을 한 번에 3D 프린팅할 수 있게 했다. 이 필라멘트는 상용 필라멘트와 동일한 폼 팩터를 가져서 기존의 FDM 프린터와 호환 가능하며, 다시 FDM 프린터에 공급되어 다양하고 연속적인 물성을 갖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이 혼합 필라멘트를 이용하면 기존에는 일부 고도화된 산업용 장비로만 가능했던 다중 소재 3D프린팅을 저렴한 원재료와 단순한 데스크탑 3D 프린터로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기존 FDM 방식은 물론이고 다른 3D 프린팅 방식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고차원적인 기능성 구조를 FDM 방식으로 저렴하고 쉽게 생산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기존에 3D 프린팅이 활용되고 있는 의료, 교육, 자동차, 항공우주, 로봇, 바이오 등 각종 분야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린팅 가능한 소재와 물성에는 다양한 색상, 기계적 강도, 전기전도성 또는 이러한 물성의 연속적 변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사기능재료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컬러 프린팅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이 파랑(C), 빨강(M), 노랑(Y)의 3원색과 흰색(W)의 4가지 원재료의 혼합 비율을 조절하면서 36가지의 색상을 한번에 3D 프린팅할 수 있다. 풀컬러 3D 프린팅은 극히 일부의 고가 장비와 재료로만 가능했던 것으로, 이를 저렴한 FDM 방식으로 구현한 것은 상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전기전도성을 띄지만 취성이 높은 폴리머를 유연하고 부드러운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hermoplastic polyurethane, TPU)와 혼합하는 경우, TPU의 비율을 증가시킴으로써 최종 결과물의 최대변형률, 굴곡탄성률, 전기전도도 등을 넓은 범위에서 조절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물성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경사기능재료(Functionally graded material, FGM)를 쉽게 제작할 수 있다. 경사기능재료는 재료 조성과 구조, 기능 등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여러 생물들의 특성을 모사한 것으로, 이종재료간의 접합강도를 높이고 충격 분산, 내마모성 향상 등 기존의 균일한 소재가 갖지 못하는 우수한 성능을 가져 다양한 공학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 연구기관
본 연구를 공동 수행한 인간중심소프트로봇기술연구센터(센터장: 서울대학교 조규진 교수)는 2016년부터 기계공학, 전산공학, 의학, 의류학, 운동역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분야의 융합연구를 통해 인간의 운동 능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착용형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본 연구를 공동 수행한 첨단생산기술 및 스마트소재 연구실(연구책임자: 서울대학교 이호원 교수)은 3D 프린팅 공정의 정밀화, 고도화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4D 프린팅을 위한 다양한 기능성 소재, 구조역학 설계를 이용한 기계메타물질, 자연모사 설계 전략을 적용한 의료기기 및 소프트 로봇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결과]
3D Printing with a 3D Printed Digital Material Filament for Programming Functional Gradients
Sang-Joon Ahn, Howon Lee and Kyu-Jin Cho
(Nature Communications, in press)
재료 조성과 구조, 기능 등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기능적 경사(Functional gradient)는 자연에서 널리 관찰되는 특성 중 하나 균일한 재료가 내지 못하는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점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경사기능재료는 광학, 우주항공, 의공학, 로봇공학 등 다양한 물성과 기능을 통합해야 하는 현대 산업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3D 프린팅은 복잡한 3차원 형상 안에 물성의 연속적·공간적 변화를 구현할 수 있어 경사기능재료 설계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한된 숫자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3D 프린팅으로 더 넓은 물성 영역에서 경사기능재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조성과 공간적 분포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료분사(Material jetting) 방식은 원재료 잉크의 혼합비율을 정교하게 조절함으로써 기계적 물성의 경사를 구현하였으나, 분사 방식의 특성상 다른 물성 영역을 다룰 수 없었다. 잉크인쇄(Ink writing) 방식은 전기전도성, 자성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갖는 소재를 3D 프린팅할 수 있으나, 하나의 노즐이 사전에 물성이 결정된 잉크 한두 가지만 사출할 수 있으므로 물성의 연속적 변화를 만들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3D 프린팅 방식들은 대체로 고가의 재료와 정교한 장비들을 필요로 하므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FDM 방식은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접근성이라는 뚜렷한 장점 덕분에 널리 보급되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3D 프린터 중 최대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FDM 방식은 재료의 조성을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해 경사기능재료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한계는 FDM 프린터의 재료 사출 노즐이 한번에 한 가지 원재료 필라멘트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여러 개의 필라멘트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노즐이 제안되었으나, 용융 폴리머의 높은 점성 때문에 재료 간의 혼합은 불가능했다. 몇 가지 필라멘트를 용접하여 연결하는 장비도 제안되었지만, 재료 구성에 대한 공간적 제어 없이 단순히 이어붙이는 방식이므로 경사기능재료 제작에는 활용하기 어렵다. 최근 연구에서는 다재료 필라멘트를 3D 프린팅하는 방법이 보고되었지만, 재료간의 혼합을 고려한 체계적인 필라멘트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프린팅된 최종 결과물은 원재료가 분리된 상을 유지하는 복합소재에 머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계적 물성이 경미하게 개선되는 데 그쳤을 뿐 아니라, 경사기능재료 프린팅을 위한 물성의 연속적 변화를 생성하는 데도 부적합했다.
본 연구팀은 넓은 범위에 걸친 물성의 기능적 경사를 제조하기 위하여 디지털 설계된 필라멘트(Digital material filament, DM filament)를 3D 프린팅하는 기술을 기본적인 데스크탑 FDM 3D 프린터와 저가의 상용 원재료만을 사용하여 구현하였다. 3D 프린팅된 필라멘트는 기존의 FDM 프린터와 호환 가능하도록 설계되며, 다양한 원재료가 사전에 정해진 재료 구성과 배치에 맞게 혼합되어 있어 하나의 필라멘트만 사용해도 수십 가지의 물성을 한 번에 3D 프린팅할 수 있게 한다. 이 필라멘트는 다시 FDM 프린터에 공급되어 다양하고 연속적인 물성을 갖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이 기술은 재료경사를 갖는 다기능, 다재료 시스템을 쉽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소수의 원재료 필라멘트만을 조합함으로써 기계적 신축성, 강도, 전기전도성, 색상 등 다양한 물성 영역에 걸쳐 원하는 기능적 경사를 갖는 3차원 형상을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존의 FDM 프린터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하며,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이미 사용 중인 FDM 프린터에 대한 강력한 추가 기능으로서 쉽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용융적층조형(Fused deposition modeling, FDM) 방식: 3D 프린팅 방식의 일종으로, 가느다란 실 형태로 가공되어 있는 원재료 필라멘트(Filament)를 뜨거운 노즐을 통해서 용융 및 사출하여 3차원 형상을 만들어 낸다. 장비와 재료의 가격이 저렴하고 작동 방식이 단순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보급된 방식이지만, 동시에 사용 가능한 소재가 1~2개에 불과하여 다른 방식들에 비해 산업적 활용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 ○경사기능재료(Functionally graded material): 재료 조성이나 구조, 기능 등이 점진적, 연속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그 특성이 바뀌는 재료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서로 물성이 다른 재료들을 통합하기 용이하고, 내마모성, 내구성, 충격 흡수, 내열성, 에너지 전달 등의 면에서 균일한 소재에 비해서 우수한 특성을 보인다. 이로 인해 우주항공, 의공학, 엔진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고기능성 제품에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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