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붙이는 순간 개인정보가 사라진다!
- 체온에 반응해 사라지거나 나타나는 정보 패턴 제작 기술 개발 -
체온을 통해 개인정보를 숨길 수 있는 차세대 웨어러블 ID 카드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학교 고승환 교수 연구팀이 체온에 반응해 정보를 사라지거나 나타나게 하는 정보 패턴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실생활에서 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자 데이터의 활용이 높아지는 만큼, 개인정보 도용 및 침해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필요에 따라 암호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기존의 정보 암호화 기술은 자외선이나 고온의 열과 같은 에너지원이 필요해 실생활에서의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상전이*를 통하면 투명해지는 성질의 액정탄성체**를 활용, 이 탄성체의 위상***을 국소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 상전이 : 물질이 온도, 압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
** 액정탄성체 : 기계적, 열적 자극에 따라 분자 정렬이 바뀌는 액정과 같은 성질을 가진 탄성체로, 상전이가 온도에 도달하면 투명해진다.
*** 액정탄성체의 위상 : 분자의 정렬 상태에 따라 특정 지어지는 상태
연구팀은 레이저의 높은 해상도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위상을 제어해 투명도를 조절함으로써 QR코드와 같은 정보 패턴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상전이 온도를 사람 체온 수준으로 낮춰 탄성체가 피부 체온에 닿으면 투명해지는 현상으로 정보 패턴이 사라지게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부분적으로 빛에 반응해 구동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피부에 부착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정보 패턴을 암호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더불어 정보 패턴을 제작하고 암호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작된 정보 패턴을 완전히 지우고 다시 새로운 정보 패턴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한 명의 소유자에게 제한된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정보 패턴 제작 및 체온을 통한 암호화를 통해 차세대 웨어러블 ID 카드로써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온을 통해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의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 저명학술지‘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3월 26일 게재되었다.
1. 연구의 필요성
최근 실생활에서 신분 증명, 신용 거래 등의 분야에서 QR 코드와 같은 전자 데이터 형태의 개인정보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 데이터의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개인정보 도용 및 침해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암호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정보 암호화 기술은 자외선이나 고온의 열과 같은 별도의 에너지원이 필요해 실생활에서의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2. 연구내용
액정탄성체는 상전이 온도 이상의 온도에서 등방성 상으로 상전이 하면서 투명해지는 성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고분자 물질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으로는 상전이 온도가 60-70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등방성 상을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고승환 교수 연구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액정탄성체의 위상을 국소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온에서도 투명한 등방성 상을 제작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레이저의 높은 해상도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투명도를 조절함으로써 정보 패턴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정보 패턴 제작뿐만 아니라 상전이 온도를 체온 수준으로 낮춰서 피부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제작된 패턴이 사라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를 활용해 체온에 반응하여 정보가 사라지거나 나타나는 웨어러블 ID 카드를 제작함으로써 차세대 신분증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켰다.
제작된 정보 패턴을 지우고, 다시 새로운 정보 패턴을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한 명의 소유자에게 제한된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이 활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부분적으로 빛에 반응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피부에 부착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정보를 암호화할 수 있음을 선보였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본 연구는 세계 최초로 액정탄성체의 위상 세 가지를 동시에 구현했다.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위상 패터닝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로써 온도에 따라 투명도가 바뀌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또한 정보패턴을 웨어러블 형태로 제작해 사용자의 체온에 따라 화면이 변하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정보 표현의 다양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또한 액정탄성체를 빛과 같은 에너지원을 통해 무선으로 가열/냉각함으로써 온도에 따라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구동기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본 기술을 통해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소프트 로봇를 제작하고, 빛과 같은 에너지원을 활용해 무선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산업 및 의료 분야에서도 다양한 혁신적인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된다.
[연구결과]
Phase patterning of liquid crystal elastomers by laser-induced dynamic crosslinking
Seok Hwan Choi, Ju Hee Kim, Jiyong Ahn, Taegyeom Kim, Yeongju Jung, Daeyeon Won, Junhyuk Bang, Kyung Rok Pyun, Seongmin Jeong, Hyunsu Kim, Young Gyu Kim & Seung Hwan Ko
Nature Material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3-024-01845-9
[그림설명]
(A) 액정탄성체의 세 가지 위상. 한 가지 상에서 다른 상으로 전이할 때 발생하는 기계적 모양 변화, 투명도 변화를 나타내는 모식도.
(B) 레이저를 활용한 액정탄성체의 위상 패턴 제작 공정 모식도. 패턴을 제작할 때의 액정탄성체의 분자 배열.
(C) 쓰기 및 지우기 공정을 활용한 여러 패턴 제작. 재사용 가능함을 나타냄.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A) 피부에 부착하여 사라지는 정보패턴의 이미지
(B) 의료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정보 패턴의 암호화 및 재사용
(C) 빛 조사를 통한 원격 제어 및 패턴 암호화 디지털 이미지(위)와 열화상 이미지(아래)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연구 이야기]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액정탄성체가 온도가 증가하면 투명해지는 성질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지만, 높은 온도에 도달해야지만 상변화가 일어나는 점이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와중 온도가 높아져야만 상이 변화하고 높은 투명도를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온도를 높이지 않고도 액정탄성체의 위상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활용범위가 더 넓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처음엔 무작정 액정탄성체에 레이저를 조사해보았지만 별 변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액정탄성체가 상이 변하는 높은 온도에서 레이저를 조사하고 식히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높은 온도에서의 액정탄성체의 상이 온도가 내려오더라도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투명도가 다른 패턴을 제작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새겨진 패턴을 지우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화학공학과와 협업하여 레이저 조사를 통해 새겨진 패턴을 지울 수 있는 반응을 도입하였습니다. 그 결과, 새겨진 패턴이 성공적으로 지워짐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론적인 접근을 통해 가설을 마련하며 여러 가지의 분석 및 분자 수준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 이론적 가설이 맞았음을 입증했습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연구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액정탄성체 연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생소한 물질들과 반응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참고 자료와 서적을 공부하며 화학공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기존의 기계공학적 지식과 결합하여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의 성과는 세계 최초로 액정탄성체의 세 가지 위상을 구현했습니다. 이는 두 가지의 상만을 주로 사용하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서 활용할 수 있는 상을 세 가지로 확장하며 액정탄성체의 활용도를 높일 것입니다. 또한 기존의 자외선 램프를 활용하던 연구와 대비되어 레이저를 활용함으로써 제작할 수 있는 패턴의 해상도를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크게 높였습니다. 본 연구에서 달성한 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액정탄성체 위상 패턴은 기존에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본 연구는 액정탄성체를 활용한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기존 연구들 중에서도 액정탄성체의 투명도를 활용한 연구는 미비했고, 본 기술은 액정탄성체의 투명도가 변하는 성질을 더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상전이 온도를 체온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액정탄성체가 인체 피부를 활용한 응용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였습니다. 이는 액정탄성체가 일상생활에서 웨어러블 형태로 활용 가능하게끔 만듬으로써 좀더 실생활에 가까운 응용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합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실용화가 된다면 체온에 따라 패턴을 숨기거나 변하게 할 수 있는 차세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형태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될 과제는 대량 생산에 있습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아직 본 기술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계적인 물성을 부분적으로 다르게 할 수도 있고, 색을 구현할 수 있는 분자를 첨가해서 온도에 따라 색을 바뀌게 할 수도 있습니다. 본 기술을 통해 다양한 물리적 성질을 제어하여 더 넓은 응용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능성 장치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